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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Nature and Rest 도시자연 그리고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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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Nature and Rest – 도시자연 그리고 쉼


도시를 산책하듯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은 도시 구조와 공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탐구에서 비롯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도시는, 시간과 역사의 결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입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문명의 속도 속에서 도시는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사회적·문화적·정치적 흔적들이 공간 속에 응축되어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숨 쉽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도시의 복잡한 레이어 속에서 우연처럼 드러나는 자연의 존재를 포착합니다. 길가의 작은 나무,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빛, 인공 구조물에 뿌리내린 풀 한 포기까지, 그것들은 도시의 질서 속에서 계획된 동시에, 예기치 않게 드러나는 자연의 모습입니다. 때로는 도심 속 정원이나 공원처럼 구조적으로 설계된 공간에서, 또 어떤 때는 폐허나 틈새처럼 도시가 놓친 자리에 스며든 모습으로, 자연은 끊임없이 도시와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이 두 세계 도시와 자연을상반된 개념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연은 인공의 모습으로, 도시는 생명체처럼 그려집니다. 이러한 모순과 이중성 속에서 작가는 도시와 자연이 마주하는 지점, 그 경계의 긴장과 조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그리고 그 교차점은 곧, 우리가 잊고 지낸 '쉼'의 공간으로 전환됩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이 공간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감각과 정서, 기억을 환기시키는 회복의 장소로 기능합니다.


작가는 유화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해 화면의 질감과 흐름을 조절합니다. 점성과 농도, 우연성과 필연이 얽힌 화면 위에 시간과 공간, 도시와 자연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올립니다. 이는 마치 도시의 생성 과정과도 닮아 있으며, 그 위에 드러나는 색채와 형상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기억, 정서, 혹은 존재의 기척—들을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 《Urban Nature and Rest – 도시자연 그리고 쉼》은 도시와 자연이 서로 맞닿는 경계에서 탄생하는 감정과 풍경을 조명합니다. 작가는 도시의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숨겨진 자연의 생명성과 감각의 층위를 끄집어냅니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 속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고, 일상 속에서 잊혀진 쉼의 감각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시는 현대 도시인이 마주하는 물리적·정서적 공간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 도시 사이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