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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YOON Young Hye

본문

전시장에 당도한 관람자의 시선은 흩날리는 벚꽃 잎을 쫓아가기에 바쁘다. 한 곳에 머물 여유가 없는 시선은 그 뒤를 따라 가려다 이미 늦어버린다. 하나를 본 것 같지만, 곧바로 다른 것이 겹쳐 들어오고, 시선은 다시 방향을 잃는다. 보이지 않는 방향에 목적을 잃고 헤매는 방랑의 시선에 가까워질 때쯤이면 그저 막연하게 바라 보게 되는 순간이 온다. 어떤 생각도 관점도 개입할 수 없도록 환영의 세계에 초대된다.

작가는 관람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는 듯 하다. 대개 본다는 것은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곧 믿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는 난해한 도상이나 서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순함이 시선을 교란한다. 끊임없이 흩날리는 이미지들은 인식의 중심을 흐리게 만들고, 관람자로 하여금 의미에 도달하기보다 그 주변을 맴돌게 한다. 알아차려야 할 상황을 와해시키는 장치로써 환영의 이미지를 이용할 뿐이다. 푸른 허공에 날리는 꽃잎들은 깊은 밤이 되었다 새벽이 될 때까지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꽃잎은 지고 시간은 흐르고 소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꽃잎이 떨어진 이후의 상황은 머릿속에 남겨두지 않는다. 꽃잎이 떨어지는 그 순간만 남겨둔다. 마치 영화 속 절정의 한 장면을 각인시켜 두고는 해소되는 이후의 이야기나 결말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결국 꽃잎에 가려진 진의, 그 이 후의 이야기들은 꽃잎으로 다시 가려진다.

 

전시장 뒤편으로 가보자. 프레임 연작이 이어진다. 마치 판화 작품을 액자의 끼워 넣은 듯 한 장면을 일루전으로 그린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아주 어두운 배경에 얹혀진 이미지들이다. 이미지와 상반되거나 그다지 연결되지 않는 제목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잠시나마 혼란에 빠지게 한다. 관람자의 사고 체계와 만나는 이미지와 제목은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앞서 보았던 흐드러지는 꽃잎들과는 달리 각 이미지들은 프레임 뒤에 정갈하게 놓여있다. 꽤 면적이 넓은 매트보드(윈도우 매트)를 표방한 일루전, 유일본인 회화이지만 복수성을 가진 판화처럼 설정해둔 장치들로 인해 이미 알아차리지 못한 관람자도 있을 터이다. 이미지와 다소 어긋나는 제목들은 진의를 가리는 장치가 되기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관람자는 작가가 명명한 제목에 따라 해석을 시도하고 개인의 삶과 연결 지어 작품과 겹쳐낸다.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미묘한 어긋남은 의미를 고정하기보다 끊임없이 확장시키며, 하나의 장면에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들은 우리의 삶에도 버젓이 일어나는 일들과 맞닿아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것, 진짜와 닮아 있음에도 가짜라고 할 수도 없는 존재들, 교묘하게 감추어진 진의, 현란한 반짝임에 현혹되어 이후의 상황을 준비없이 마주하는 것, 어디로 나부낄지 모르는 꽃잎을 따라가다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관람자와 마주하는 작품은 검은 아치형 캔버스에서 떨어지는 금박 컨페티이다. 보통 크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뿌리는 이 컨페티는 축제의 상징이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흩날리는 컨페티와 꽃잎은 절정의 순간을 박제화 하는 각인의 장치이다. 그 장면을 소유하기 위해 벌이는 행위가 일상의 흐름 속에서 어떤 순간에 이름을 붙이는 일과 닮아 있다. 명명과 존재 사이의 간극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언제나 무언가를 드러내는 동시에 가린다. 컨페티, 축하와 동시에 소멸의 시작임을 알리는 축포라는 것


▶학력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5 갤러리 베누스 - Row Row Row

2024 갤러리 컬린 - 문턱의 시간, 경계인 Liminal Space, Liminality

2023 갤러리 베누스 - FINDING PAINTING '그림'을 찾아서

2023 보리스태번 - The Supper_tableau on the table (AP라운지 x 갤러리베누스 공동기획)

2021 갤러리 아트셀시 - 'n'의 풍경

2020 갤러리 아트셀시 - THIS IS NOT ANYTHING

2019 문스페이스스타 갤러리 - Cube Escape : Paradox

2019 힐리언스 선마을 효천갤러리 - The Supper_tableau on the table


▶단체전

2024 교보아트스페이스 - 절정, 시인 이육사

2024 갤러리아 명품관WEST LAB 494 - Sounds of Spring

2024 갤러리 베누스 - 개관 2주년 所小展

2022 더 현대 서울 - 더 컬렉션

2022 갤러리 베누스 - 내 안의 나, 보여지는 나

2022 클램프 갤러리 - My Love, My Universe

2022 비주얼아트센터 - From Seoul to Merida


▶아트페어

2025 강릉 리빙아트페어 (관동산수 문화라운지)

2025 뱅크아트페어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

2024 뱅크아트페어 (롯데호텔 소공동)

2022 서울아트쇼 (코엑스 컨벤션홀)

2022 서울호텔아트페어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2022 뱅크아트페어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2022 프리미어 아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공모선정

2021 예비전속작가지원 (예술경영지원센터)

2020 예비전속작가지원 (예술경영지원센터)

2020 창작준비지원RE:SEARCH (서울문화재단)

2020 신진미술인 지원을 통한 일상 전시 사업 작품 공모 (서울특별시청)

2018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공모 선정자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015 비평 페스티벌 공모 선정자 (동덕아트갤러리, 아트선재센터)

2011 제3회 NEW DISCOURSE 공모 선정자 (사이아트갤러리)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서울특별시청 박물관과 /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 병원 / 한솔오크밸리 / 쌈지 미술창고 / 귀뚜라미 보일러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