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철 Kim Soon cheol
본문
About wish
실로 엮는 담담한 바람들 . . .
바느질로 시간을 빚어 찬란한 금빛 꿈을 담다
실로 엮는 담담한 바램들 <About wish>...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이러저러한 많은 생각들을 동반하게 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潛行)에 들게 한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끊임없이 거듭되는 일상의 짧고 긴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느리지만 오래된 감정들과 교감하는 시간들이며 드러나는 형상에 자신을 투영하여 돌아보게 한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겹겹이 얽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는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마음을 서서히 비워내는 심적 평형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이렇게 느릿한 시간들은 섣불리 풀어버리지 못하는 내밀한 속내를 삭히는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신으로의 관찰과 의식의 집중, 그리고 명상적인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읽게 하며, 무언가 담길 수도 있고 비워질 수도 있는 내면의식의 변이를 함축한 심상의 표현방법이다.
나의 작업에서 바느질의 반복의 의미는 들추어 비워내고 정련하는 자신과의 소통의 방법이다. 힘을 가해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 화면의 앞면과 뒷면을 이어 왕래하며 실을 쌓아가는 한 땀의 바느질은 차마 풀어 떨쳐 버리지 못하는 내밀한 자신과의 소통의 언어이다. 그것은 단순한 행위지만 외연과 오랜 기억속에서 상처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의 내면을 끌어내어 같은 시간상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한다. 느리지만 감정을 정련하고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자신과의 대화의 방법이다. 담담한 일상의 바람을 주제로 하는 <About Wish>라는 일련의 작품들의 작업과정에서도 결과보다 그 오랜 과정에 의미가 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소망이 아니라 자신을 비워내고자 하는 자신과의 소통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바느질은 서툴지만, 작업과정의 바느질은 ‘나’라는 이정표를 향한 조형언어로서 거침이 없고 규칙도 없다. 바느질의 방향은 일정치 않지만, 그 바늘의 끝은 나를 향하고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서둘러 갈 수 없는 느린 작업은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 반복을 거듭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수행의 과정과 그에 따른 자정의 고요함과 편안함에 이르게 된다.
부디 맑고 밝은 마음으로 오늘 머무는 자리에서 진심을 다할수 있길...
어렵지 않은 간단함으로 마음의 힘이 활짝 피어날 수 있길... <About 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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